엘렌 샤르보니에…아동도서 출판으로 한국문화 알린다
16 juin 2008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한국의 인지도는 얼마나 될까. 프랑스인으로서 한국을 알리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올 해로 9회 째를 맞은’한불문화상’은 한국을 프랑스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한 한불 양국의 문화예술인 또는 기관을 격려하기 위해 재정된 상이다.
올해는 진유영(재불화가), 문규영-보몽(루앙대학 한국어과 교수), 아동도서 출판사’찬옥’이 수상했다.
이중 2006년에 프랑스 남부 도시 Albi에 설립된 ‘찬옥 출판사’가 예사롭지 않다.
이 회사의 대표인 엘렌 샤르보니에(Hélène Charbonnier, 본명 강찬옥)씨는 한국 입양인 출신이다.
그의 한국 이름을 딴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인 ‘찬옥’에서 출판한 아동도서는 한국의 역사나 전통, 단군신화, 종교, 한국인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내용을
한국적인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싣고 있는데, 2007년 7권을 발간한데 이어 올해에는 8권의 아동도서를 출판할 예정이다.
엘렌 샤르보니에씨는 각종 도서전이나 컨퍼런스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며 한국 아동도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아울러 2009년에는 전통악기, 고건축, 장식미술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주제로 한 교육용 컬렉션을 발간할 계획이며 한불 작가의 공동작업 등을 준비 중에 있다.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출판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샤르보니에씨를 만나
그 환한 웃음 속에서 삶에 대한 가치관과 그의 뿌리인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한불문화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 무척 행복합니다. 이 상이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수여된 것이고, 그래서 저는 한국인들로부터의 첫 번째 의사표현과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태어난 나라에서 온 첫 신호같은 거라고요.. 사실 프랑스로 입양된 이후로 한국과 특별할만한 관계가 없었어요. 관계가 있다면 바로 제가 한 일, 바로 출판사를 설립했다는 것이겠지요. 따라서 한불문화상 수상이 바로 저에게는 한국과의 새로운 관계형성을 상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상은 단지 저 자신이나 제가 출판사를 설립했다는 사실에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어권 독자들에게 한국문화 전달을 위해 애써준 동료들, 한국 편집자, 번역가, 그래픽 디자이너 등 많은 파트너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감격스럽습니다.
저희들에게도 이 상이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엘렌 샤르보니에씨처럼 일반인들도 결코 하기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요.
▶ 제 생각에 한국에서도 열린 시각을 갖은 민주주의 속에서 최근 몇 년간 해외 입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저는 그들의 입양에 대한 생각이나 입양된 이들을 대하는 방법, 궁극적으로 미국이나 프랑스 등 해외에 사는 입양인들을 보는 시각에 대해 중요한 발전을 느낍니다. 이번의 수상이 단지 저희 찬옥출판사를 알아주는 것 이상으로 입양에 대한 인지나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는 신호가 아닐까요? 수상식장에 ‘한국의 뿌리 협회’ 회장이 초대받은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제 출판사 프로젝트는 단지 저한테만 속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제가 입양되었다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입양되어온 사람들로 구성된 이 협회 덕분에 설립될 수 있었습니다. 그들과 대화하고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기회가 있었고 그들로부터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책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전달하고픈 욕망이 생겨서 출판사를 세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출간하게 된 것도 바로 그 시점에서 나온 게 아닐까 짐작 되는데요. 어떻게 이 분야의 책을 출판하게 되었는지요..
▶ 첫 번째 이유로는 내가 태어난 나라의 문화가 어떤지 궁금해지게 됐는데, 그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할지 오래 생각해봤고 제 개인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책을 읽을 때 가장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출판하게 될 책들이 제가 어렸을 때 제 손으로 직접 읽고 싶었던 그런 책들이라는 것이죠. 어렸을 때 정확히 인식하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살아오면서 어느 순간 내 뿌리에 대한 인식을 은연중에 하게 됩니다. 그 책들을 그 시절에 읽었더라면 미학적으로 전혀 다른 상상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이 역시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프랑스 독자들에게 서로 다른 문화와 미를 현재 프랑스 출판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분야인 어린이 도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래서 한국의 시조로 알려진 단군 이야기나 바리공주 이야기같은 상당히 잘 알려진 전설적인 얘기나 우화를 출판한 것이고, 한국 문화에 다가가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것이라 생각되는 것을 선별한 것입니다.
‘해와 달의 이야기’라는 책도 있던데, 한국에서 자라온 사람들의 어린 시절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런 이야기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출판할 책들의 주제를 어떤 기준에 의해서 선별하시는지요.
▶ 두 가지 중요한 기준이 있습니다. 먼저 한국에 대한 정보를 가져다줄 수 있는 이야기, 전설, 우화들을 우선적으로 하고요, 두 번째로는 삽화를 통해 지극히 한국적인 스타일의 그림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삽화를 보는 기준으로는 일단 색감과 미적인 관점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일단 만족하고, 더불어 한국에 대한 정보로써 비중있는 문화나 전래에 관한 이야기가 곁들여지면 그 책은 거의 출간될 가능성이 높지요. ‘해와 달의 이야기(햇님 달님)’가 바로 그런 경우예요. 리용에 사는 한국인 일러스트에게 제안을 받았는데, 스토리도 마음에 들고 일러스트도 한국적인 것이 많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세계에 사는 모든 한국인들과 작업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와 달의 이야기’는 제안해주신 분이 프랑스에 살기 때문에 친분을 갖고 쉽게 일이 진행되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한국이든 캐나다든 그림이 제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을 경우 이메일을 통해 제가 먼저 제안을 합니다. 그래서 한국 작가들의 일러스트가 있는 picturebook 같은 사이트 등에서 검색하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요.
프로젝트 중에 현재 2개 컬렉션이 있고 3번째 컬렉션이 곧 출간될 예정인데요. 3번째 컬렉션의 아이디어가 흥미롭습니다. 샤르보니에씨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듯 하기도 한데.
▶ 지금까지 2개의 컬렉션이 있고 그 중 Longue vie 는 픽션인데 현재 한국의 어린이들은 무엇을 읽으며 자라는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얘기들을 한국적인 특성을 담아서 표현하고 있어요. 두 번 째 컬렉션인 Perle du ciel 은 한국 전래 동화나 전설 등을 다루고 있구요. 이렇게 두 컬렉션이 현재까지 한국 작가들에 의해서 작업된 것입니다. 그러다 현재 프랑스인으로 살아가면서 제가 얻은 것 지식 등이 모두 프랑스적인 것이고 편집 경영 역시 프랑스식이다 보니 책 제작에 있어서도 프랑스적인 판단에 이뤄집니다. 하지만 항상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이뤄지는 완전한 뭔가를 바래왔어요. 다시 말해, 두 문화를 합병시키는 거지요. 프랑스 얘기와 한국의 삽화를 결합하고 그들을 함께 일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신념과 문화 그리고 세상에 대한 비전 등을 가지고 만든, 어린이를 위한 도서가 가져다 줄 수 있는 점이 무엇일까 보고 싶기도 했지요.
현재 4개의 주제가 벌써 진행되고 있어요. 프랑스 작가들에게 써주기를 요청했고, 그 얘기들을 받아봤는데 거의 첫눈에 반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반드시 이것은 출판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음에 영어와 한국어로 번역을 했고 한국에 있는 출판사들에게 보냈지요. 그래서 4개의 출판사와 같이 일하게 되었고 현재 작업 중에 있습니다.
재 미있는 점은 서로 다른 두 국적의 작가들이 상대의 작업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양국의 언어에 유희나 각운 또는 은유가 포함되어 있을테니 아무리 번역을 잘 했다고 하더라도 이해가 잘 될 수도 있잖아요. 서로 다른 작가들이 완벽한 관계를 형성해보려는 시각으로 보면, 이것은 정말 흥미로운 것이지요.
입양인들이나 해외에서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 입양 되었든 아니든 모든 인생은 짧습니다. 그 짧은 생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사회 중심으로 편입되려는 노력을 하고 그 안에서 만족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개인적이거나 작업적인 실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프랑스 사람들은 너무 복잡하고 만족할 줄을 몰라요.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훌륭한데, 그런 기본적인 것들이 많이 결여되어 있지요. 입양인이라면 그것에 저항하기 보다는 입양되었다는 그 속에 편입되어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줄 알아야지요. 하지만 강박관념을 갖어서도 안되고 그것이 인생 전체를 결정지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관계를 맺으려는 것은 좋은 생각이며 가끔씩 한국 영화를 보러 극장에도 가고 한국 도서를 읽기도 하는 최소한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안에서, 입양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태어난 관계 안에서 중간 지점,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개개인의 문화와 지식이 있잖아요. 정말 단순하게는 낙관적이고 열린 마음을 갖고 살 줄 알아야죠.
끝으로 개인적인 바램이나 직업적인 목표가 있다면.
▶ 현재 세 번째 컬렉션이 준비 중에 있고 곧 출간될 예정이며 그 밖에 한국적인 예술을 담은 컬렉션을 내놓고 싶어요. 예를 들어 어린이들을 위한 전통적인 음악이라든지 한국 전통 장식 예술이 될 수도 있고요. 계획은 2010년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 다음 과제로는 이 출판사를 영속시키는 일이에요. 현재 1년 밖에 안되었고 경영이나 경제적인 관점에서 어려운 점도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들이 질적인 면에서 독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지요.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거든요. 어느 정도 비용이 모여지면 올해든 내년이든 한국으로 여행하려고 해요. 아무리 찬옥 출판사 설립자이고 편집자라고 해도 출판사는 계속 존속해야 하니까요.(웃음)
여러가지 기대감도 있지만 한국적인 판단이나 시선에 대한 두려움도 솔직히 있습니다. 그러나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또 여행은 언제나 저의 계획 중에 있고 제 삶의 한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한위클리 / 최화선 novlike@gmail.com]

Leave a Reply